한 섬에 엄마를 몹시 사랑하는 9살짜리 소년(수영)이 살고 있다. 엄마는 해녀일을 하며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지만, 아빠는 수영이 기억하기도 먼 오래 전에 배를 타고 나간 이후 소식이 없다. 어느날, 도시에서 온 한 사내(독고)가 수영의 집에 하숙을 들어온다. 수영에겐 무척 낯선 이방인이지만 수영에게 연줄을 만들어 주는 등 신경을 써줘 아주 싫지 않다. 사실 독고 아저씨를 싫어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엄마를 짝사랑하는 최선장 아저씨다. 하지만 어느날, 독고 아저씨가 엄마를 애무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수영은 독고 아저씨를 경계하기 시작한다. 엄마를 뺏길 것 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더구나 새 아빠가 생겼다는 아이들의 놀림은 수영을 마음 아프게 한다. 수영은 결국 마을 사람들의 수중 도굴을 탐문하던 형사에게 독고 아저씨를 수상한 사람으로 신고한다. 독고 아저씨는 수영이 신고했듯 간첩은 아니었지만 시대 상황이 만들어낸 수배자(민중 소설가)였다. 잡혀가는 독고를 보며 수영은 좋아하지만 지켜보던 엄마는 가슴이 저민다. 독고와의 사랑이 싹텄기 때문이다. 결국엔 수영이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엄마도 알게 되고. 가을이 깊어갈 무렵, 수영은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광주에 있는 고모네집에 간다. 섬에서만 살다가 처음 육지에 온 수영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더구나 유곽을 운영하는 고모와 고모부는 수영을 당황하게 하는데, 그나마 집에서 도망쳤던 지순누나가 있어 수영을 위로가 된다. 수영은 그곳에서 텔레비젼 속에서나 보던 데모와 탱크처럼 거리를 휘젓고 다니는 헌병대 백차를 통해 불안한 사회를 느끼고, 고모네집 누나들의 애처로운 생활도 보지만, 역시 수영은 어느 것 하나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딜 가나 세상은, 수영이 이해하기엔 너무 힘든 곳이다. 얼마 후, 섬에 와보니 엄마가 없어졌다. 할아버지 말로는 친정에 갔다고 한다. 하지만 섬을 다시 찾은 독고아저씨를 보고 수영은 알게 된다. 엄마는 독고아저씨에게 시집을 간 것이다. 아니 엄마를 뺏긴 것이다. 수영은 떠나는 아저씨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가 아무리 훌륭한 이상을 지닌 사람일지라도 수영에겐 다만 엄마를 뺏아간 '나쁜놈'이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수영을 위로하지만, 수영은 쓸쓸하다. 더구나 가끔씩 수영과 놀아주던 최선장 아저씨마저 하늘나라로 갔다. 폭풍우가 치던 밤, 아저씨의 배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수영에게서 떠나갔다. 특히 엄마의 자리는 너무나 허전하다. 그래도 수영은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며 기다린다.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려하면서, 엄마는 말미잘처럼 자웅 동체가 아니라는걸 배울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