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분 6초짜리 3채널 비디오ㆍ오디오 작품이다. 가로로 길게 이어 붙인 3개의 흑백 화면은 근ㆍ현대사의 부조리와 슬픔, 연민에 대한 음울한 은유다. 어둡게 우거진 산의 숲이라는 장소와 학생, 할머니, 무녀 등 등장인물의 기이한 행동, 교복, 군화, 해골, 꽃상여 같은 소품은 꿈인 듯 현실인 듯, 이승인 듯 저승인 듯 괴괴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로스트 하이웨이’와 나홍진의 ‘곡성’을 닮았다. 박 작가도 “공포 영화 같지 않으냐”고 했다. ‘시민의 숲’은 세월호 참사를 애도한 작품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박 작가는 “애도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예술 작품의 역할은 사건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세월호만 얘기한 게 아니고 한국전쟁, 광주민주화운동 등 격변의 고비에서 희생되거나 살아남은 이름 없는 시민과 그들에 대한 연민을 담았다”고 했다. “그날 이후 세월호가 늘 마음에 있었다. 어떤 이는 침묵하고 어떤 이는 분노한다. 어떤 이는 반성하고 어떤 이는 단죄를 요구한다. 무엇이 맞는 태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도 혼란스러웠다. 세월호에 대한 ‘예술가의 태도’를 보여 줘야겠기에 나섰다. 그런 큰일에 대해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에 기다렸다. 근ㆍ현대를 거치며 만들어진 우리의 집단 무의식을 알레고리와 단서에 담아 보여 주고 싶었다. 실은 겨우겨우 완성했다.”